결혼한 손자에게 쓴 편지
87세 할머니가 건강이 좋지 않아 손자 결혼식에 참석을
못하시고 며칠동안 조금씩 쓴 다음 전해준
결혼한 손자에게 쓴 편지...
♥정현이에게 ...........
내 손자 정현이 태어난 지 어제 같고,기어 다니다가
할머니 손잡고 초등학교 입할할 때 너무나 기뻤었는데.....
누가 세월을 붙잡을 수 있겠느냐!
벌써 대학을 졸업하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KT&G에
취직하여 이제는 장가를 간다고 하니 기특하고 장하다.
장성하여 독립을 한다고 하니
기쁘면서도 허전하고 섭섭한 마음이 드는구나.
부모님도 아마 나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효도가 별 것인가.안부전화라도 자주하고 시간이 날 때
자주 찾아뵈었으면 좋겠다.
수많은 사람 중에 하늘이 맺어준 단 한 사람의 인연으로
부부란 서로 생의 최대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에 촌수로 헤아릴 수가 없어서
부부는 무촌이라고 한단다.
너희 둘은 모두 다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따뜻한 사랑과 교육을 받으며 건강하게 자랐고,
정현은 지덕체를,
아내는 재색을 겸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봐도 탐이 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이나
사회에서의 일반적인 일은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부부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3가지만 말하고 싶구나
지금이야 눈빛만 보아도 가슴 설레고 바라만 보아도
그저 좋고, 사랑으로 가득차 있어 손끝만 닿아도
전율을 느낄 것이다.
서로에게 뽕가고 콩깍지가 씌어 있어서 혼인서약
지키는것 별로 어렵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지키기가 매우 어렵다.
각자 성격과 개성이 다르고
자라온 환경과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신혼의 황홀감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단다.
할머니도 매일 하루를 반성하며 기도하는 것이 있는데
생각과 말과 행동 3가지다.
부부사이에는 어느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3가지만 명심하면 결혼생활은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생각이다.
부부는 별개의 인격체이며
서로 존중하여야 한다고 생각해라.
부부는 가정의공동대표로서 서로편이 되어주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지만
나와는 별도의 인격체이지 나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한다.
내뜻을 따라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고 서로 소유할수도 없다.
긴 여행을 함께 하는 동반자이고
아름다운 집을 함께 짓는 협력자이다.
높고 낮음도 없고 잘나고 못남도 없다.
또한 각자에게 비밀이 있고 사생활이 있다.
부부는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하나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살다보면
당연히 의견이 맞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 때는 내 생각만이 정답이다 라는
생각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수학문제는 절대 정답이 있지만 결혼 생활에는
절대 정답이 없다.
KTX열차를 타고 가도 정답이고
3등 완행열차를 타고가도 정답이다.
미래 행복을 위해 아끼고절약하는 것도 정답이고
현재행복을 위해 나누며 쓰는 것도 정답이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뿐인데 내 생각 내 주장대로
상대를 바꾸려고 하는 순간 가정은 전쟁터로 변한다.
서로 의견이 안 맞을 때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해라.
옛날에 할아버지 말씀이 가족간에
이기고 지는 것이 있으면 안되고
작은 일로 화를 내는 것은 못난이니까 크게 웃어
넘기라고 하셨다. 사소한 것에 목숨걸지 말고
상대의 인격과 의사를 존중하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다음은 말에 관한 당부말씀이다
때와 장소와 내용을 가려서 말했으면 좋겠다.
기분좋은 말은 언제 어디서 하더라도
부작용이 별로 없지만,
기분 나쁜 말, 비위가 상하는 말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으면 부작용이 크다. 당장 해야할 말도 있지만
꾹 참고 며칠후 또는 몇년후에 해야할 말도 있고,
평생 하지 말아야 할 말도 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해야 할 말도 있지만
이 자리이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할 말도 있다.
그리고 말의 내용도 가려야 한다.
누구에게나 약점이 있고 듣기 싫은 말이 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자존심이나
약접을 건드리는 말은 삼가야 할 것이다.
칼에 벤 상처를 세월이 지나면 아물지만
말에 벤 상처는 평생을 가도 지워지지 않는다.
화가나면 무슨 말을 못하겠느냐고 하지만
한 번 내 뱉은 말은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고
불신을 초래하고 가족도 이웃도 원수가 된다.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필요하지 않으면 하지말고,
똑 같은 내용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배우자가 듣고 싶은 말을 하고 이왕이면 친절하게 해라
부부간에 자존심을 숨기는 것이
가정에 평화를 얻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행동에 관한 말씀이다.
서로 주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신혼초기부터 확실하게 꽉 잡아야 한다.
처음부터 기선을 제압하고 제대로 길들이지 않으면
결혼생활 힘들어진다.
이런 말을 들은적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부부는 이기고 제압하는데 익숙해져서는 안된다.
서로 주는 것을 습관화하고,
그것도 도움을 청하기 전에 주어라.
내조니 외조니 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상대가 기뻐할 일을 청하기 전에 해주면 좋겠다.
배우자가 불편한 것을 해결해 주고
부족한 것을 채워 주어라
때론 경호원, 짐꾼이 되어주고
요리사 간호사가 되어 주어라.
힘들고 어려울 때 서로에게 치료자가 되어주고
해결사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어쩌다 단점이 보이면 서로 예의를 지키면서
지혜호운 마음으로 너그러운 삶을 채워가면서
버팀목이 되어 주도록 노력하여라.
서로 주기를 행한다면
덛셈 곱셈이 되어 천국이 되고
서로 받기를 원한다면
나눗셈이 되어 지옥이 될 것이니라.
그렇게 주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도 때론
잘못에 빠질 때가 있다.
그 때는 사과하고 용서하는데 인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에는 많은 유혹이 도라시고 있고, 누구나 실수하고
실패한다. 손가락질 하며 질책하기는 쉽지만
사과하고 용서하기는 어렵단다.
갈등이 생겼을 때, 내 탓이다 라고 사과하고
그럴수도 있겠다. 라고 이해하며 용서하거라,
잘잘못을 따지다 보면 말꼬리만 잡게 되고 상처만
받기 일수니라. 이기는 것보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니 먼저 사과하고 무조건 용서하거라
★마지막으로
할아버지할머니의 부부생활을 얘기하고 싶구나.
할아버지가 5살 때 논어를 끝내고 나니까,
신동이라는 소문이 나서 일본순경이 와서 확인을 하고
종이 돈을주고 갔다고 증조할머니가 말씀하셨다.
할아버지는 아기자기한 재미는 없었지만
재주와학식이 뛰어나서 만인에게 존경을
받아왔고 누구와도 다툼이 없었으며
우리 부부는 큰 소리 한 번 안개고 살아왔다.
우리는 항상 신혼 때처럼 달콤한 마음으로 살았단다.
우리 정현이도 할아버지의 혈을 이어 받았으니
많이 닮았을 것이고 어쩌면 할아버지 보다도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건강에 신경쓰고 신혼 부부에게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도 한다.
*2016년 6월11일
손자 신혼부부를 사랑하는 할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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