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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글

어머니의 손가락



       어머니의 손가락


내가 결혼 전 간호사로 일할 때의 일이다


아침에 출근해 보니 아직 진료가 시작되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25살 남짓 돼 보이는 젊은

아가씨와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아주머니가

두 손을 꼭 마주잡고 병원 문 앞에 서있었다.

아마도 모녀인 듯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아주머니 아직

진료 시작되려면 좀 있어야 하는데요.

선생님도 아직 안 오셨고요.


내 말에 모녀는 기다리겠다는 표정으로

말없이 마주 보았다.

업무 시작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모녀는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작은 소리로 얘기를

주고받기도 했고

엄마가 딸의 손을 쓰다듬으면서 긴장된,

그러나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위로하고 있었다.


잠시 후 원장선생님이 오시고

나는 두 모녀를 진료실로 안내했다.


진료실로 들어온 아주머니는 원장님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얘가 제 딸아이예요.

옛날에 그러니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외가에 놀러갔다가 농기구에 다쳐서

왼손 손가락을 모두 잘렸어요.


다행이 네 손가락은 접합수술에 성공했지만

근데 네 번째 손가락만은 그러질 못했네요.


다음달에 우리 딸이 시집을 가게 됐어요.

사위가 그래도 괜찮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디 그런가요.


이 못난 어미 보잘것없고

어린 마음에 상처 많이 줬지만.

그래도 결혼반지 끼울 손가락 주고 싶은 게

이 못난 어미 바람이에요.


그래서 말인데.늙고 못생긴 손이지만

제 손가락으로 접합수술이 가능한지.


그 순간 딸도 나도 그리고 원장선생님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원장님은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한 채.


그럼요 가능합니다.

예쁘게 수술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두 모녀와

나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 새벽편지 가족님글에서 -


              (아들을 기다리던 어머니의 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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