滅情(멸정)
(영원한 약속(永遠約束)) 滅情(멸정) 아무리 정이 들어도 함께 갈 수가 없고, 가지고 갈 수도 없기 때문에... 정든 사람, 정든 물건과 작별하는 일이 멸정(滅情)이다, 젊었을 적부터 "이 진사"는 부인 "여주 댁"을 끔찍이도 생각해, 우물에서 손수 물을 길어다가, 부엌으로 날라다 주고, 동지 섣달이면, 얼음장을 깨고, 빨래하는 부인이 안쓰러워 개울옆에 솥을 걸고, 장작불을 지펴서, 물을 데웠다. 봄이 되면 아내 "여주 댁"이 좋아하는 '곰취'를 뜯으러 깊은 산을 헤매고, "봉선화" 모종을 구해다가, 담 밑에 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장날이 되면 "이 진사"는 "여주 댁"이 좋아하는 '검은 깨엿'을 가장 먼저 사서 조끼 주머니에 넣었다. "여주 댁"은 동네 여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단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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